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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audience>

배서희

  자, 모두 조용. 이제 곧 상영회가 시작된다. 이번 상영은 조금 독특한 몰입형 방식으로 진행되며, 단독 관객인 영사기 로봇 X를 위해 기획되었다. 영상은 그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추억과 꿈들을 재소환하여 제작됐다. 로봇 X는 상영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추억 속 장면으로 소환되어 다양한 공간과 그 순간의 감정을 환기하게 되며, 예전에 자신이 그렸던 꿈, 되고 싶었던 모습과 조우한다. 이번 상영회 영상의 백미는 막바지 등장하는 클로즈 업된 추억 속 정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장면들이 외부 앵글을 통해 기록된 모습으로 구성되었다면, 이번 장면은 어느 잔잔한 가을밤 캠핑장에서 로봇 X가 늦은 저녁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불꽃을 바라보던 짧은 순간을 비춰준다. 영상은 그의 눈에 직접 비쳤던 장면과 동일한 시야로 이동하며, 시각뿐 아니라 그 순간 지각됐던 모든 감각들을 다시 불러낸다. 서늘했던 공기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스쳐가던 바람의 감촉, 불꽃이 타들어가며 내는 잔잔한 소음 그리고 저녁 식사가 늦어져 찾아온 공복감과 식사를 기다리는 설렘까지. 이렇듯 추억으로 기록되는 순간은 도구들을 통해 남겨진 기록보다 더 다양한 감각으로 감싸여 있어 이를 온전히 기록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기억의 일시성은 우리에게 영원하고 완벽한 기록을 욕망하게 한다. 기록 매체는 이를 반영하여 종이와 펜, 타자기에서 카메라로 계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발전은 동시대 기록의 과정을 간편화 시켰을 뿐 아니라 기록의 비용까지도 0에 수렴시켰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은 따로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으며, 우리는 강박에 가깝게 이를 기록한다. 그러나 미래에도 현재를 다시 경험하고자 진행되는 기록은 그 자체로 모순을 지닌다. 순간에서 오는 감각을 기록하려면, 먼저 그 모든 감각에서 떨어져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행에서 멋진 광경을 만나 이를 기록한다고 가정해보자. 광경을 바라보던 주체는 카메라를 들어 이를 기록하려는 순간 풍경에서 시선을 거둬들여 뷰 파인더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제 실제 풍경을 즐기는데 활용되던 감각들은 기록을 위해 작동하며, 풍경 속에 속해있던 주체는 풍경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제3자로 변모하여 풍경 자체에서 멀어지게 된다. 또한 현재의 기록 매체로는 시각과 청각 외 감각의 기록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간의 완전한 기록은 결국 영원한 불가능으로 남는다. 윤석용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 불가능에서 시작한다. 작가가 빚어낸 노란빛 도시는 시간의 물결을 타고 모든 감각과 기억들이 흘러 모여 수렴되는 신비한 공간으로, 이번 전시의 원천이 된다. 모노톤의 도시는 하단부가 얕게 잠겨 있으며, 계속해서 유입되는 시간의 물결을 타고 도착한 기억의 파편들이 그 스스로 빛을 내 도시를 밝힌다. 이번 상영회는 이 파편들을 모아 제작된 영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는 자신의 추억에 온전한 감상자로 참여한다.

 

  사라지는 순간들을 붙잡아 다시 느끼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를 내 삶의 기록자이자 관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기록자로서 주체는 그 순간의 온전한 향유자가 될 수 없으며, 관객으로서 역시 현재 기록 매체들로는 온전한 순간의 기록을 전달받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작가가 보여준 ‘만약’에 대해 상상해보자. ‘만약’, 내가 기록하지 않아도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해두는 장소가 있다면? ‘만약’, 그 순간의 기록들을 DVD를 틀어보듯, 편하게 다시 감상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약’,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한 번 더 모든 감각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언젠가 이 ‘만약’을 달성할 수 있는 기록 매체가 등장하여 ‘삶의 기록자이자 감상자’가 아닌 온전한 ‘감상자’로 추억을 향유할 수 있는 미래가 도래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전시 정보]

전시명: <Recorder audience>
참여 작가: 윤석용 (YOON_SEOK_YONG)
기간: 2021.09.01.~09.15
전시 장소: www.artstream.co.kr
주최: artstream
프로젝트명: Half & Half #2
총괄 기획: 배서희

​운영: 김혜곤, 조은별

포스터 디자인: 이정

Artworks

​이민규

​테스트

30초전

​이번 전시 너무 멋져요 !! 작가님 작품 너무 좋아요~ 이번 전시 서문도 너무 재밌어요~
​이번 전시 너무 멋져요 !! 작가님 작품 너무 좋아요~ 이번 전시 서문도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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