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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ient

<Euphoria Utopia>

배서희

  겹겹으로 반복되는 통로를 지나 처음 당도하게 되는 곳은 사막이다. 자유롭게 늘어서 있는 아치형 구조물들과 잔잔한 바람을 타고 나부끼는 대형 커튼, 낮인지 밤인지 모를 부드러운 하늘빛으로 눈을 사로잡는 풍경은 분명 아름답지만 어딘가 괴리감을 자아낸다. 사막에 심어져있는 야자수, 아주 오랜 세월 물 한 방울조차 없었을 것 같은 지면에 정박해 있는 나무 보트. 이렇듯 작가 강시욱이 그려내는 풍경은 오브제의 비일상적인 결합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누군가의 아름다운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실과 묘하게 어긋나있는 그의 화면은 사물을 일상적인 관계에서 추방하여 비논리적인 자리에 위치시키는 초현실주의의 대표 기법 ‘데페이즈망’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기법의 활용이 대개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교란시켜 양자의 괴리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면, 그의 화면은 그저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사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관람자의 인지에 이토록 자연스럽게 스미는 이유는, 새롭게 짜인 풍경이 관객에게 감상만을 위한 평온한 응시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여러 풍경들은 어느 하나도, 일방적으로 말을 걸지 않으며, 어떤 의도된 해석으로도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저, 온화하게 존재할 뿐.

  물밀듯 밀려오는 새로운 정보가 마를 날이 없는 요즘, 작가가 그려낸 이 기묘하고 고요한 사막은 현실의 어떤 대안이자 위로가 된다. 매스 미디어의 과잉 정보 생산은 계속해서 심해져만 가고, SNS의 유행은 미시적 개인들의 사적 정보까지도 끊임없이 공유한다. 주체에게 계속해 도착하는 정보의 파도는, 최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된 알고리즘, 광고 AI들의 고도화로 더욱 정교해져 그 범람 속에서 우리를 헤엄치게 만들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동시대의 풍경은 우리에게 시끄러운 현실의 대안이 되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게 한다.

  유토피아란 그리스어 ‘없는(ou-)’과 ‘장소(toppo)’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로, 현실적으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현실의 대안으로, 하지만 절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곳을 지칭해온 이 ‘없는 장소’는 논의되는 맥락에 따라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세상 속 잡음들의 멈추지 않는 요구에 무관할 수 있는 세계는 어디일까? 아마도, 나를 타깃(target)으로 하는 어떤 정보의 물결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범람으로 잔뜩 젖은 어깨를 말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작가가 그려낸 새로운 세계는 탁월한 위로가 된다. 화면에 배치된 각종 오브제들은 우리의 의식 속에 자연히 존재하는 것들이며, 아름다움을 위한 시적 관계 맺기를 기반으로 조합된다. 물에서 피어오른 구름이 나무에 걸려 밝게 빛나는 달을 떠받치고, 하늘을 유영하는 푸른 고래가 물방울 대신 반짝이는 새벽의 빛을 뿌리는 사막. 너른 바다에 떠있는 소파는 오직 달을 감상하기 위한 휴식처이며, 허락됐던 이 세계가 닫히는 순간 달은 물에 잠긴다.

  나에게로 침투하는 외부의 것들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이와 무관한 세계에 잠기는 경험은 감상자로 하여금 어떤 안도와 이로 인한 지긋한 행복, 유포리아(다행감, euphoria)을 느끼게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한 행위나 무거운 책임감에서 해방될 때 찾아온다는 행복, 유포리아는 주체를 둘러싼 외부 현실과 무관하게 이를 느낀다는 점에서 정신 분석학적으로 주의-관찰이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세상의 잡음이 과도해진 이때, 선택적 무관심은 개인이 강화시켜야 할 새로운 마음의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이제 현실의 위로이자 휴식이 되고자 한다는 작가의 세계에서 내려놓음으로써 찾아오는 초연함과 이를 위시한 다층적 행복, 유포리아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전시 정보]

전시명: <Euphoria Utopia>
참여 작가: 강시욱(Shuk__o)
기간: 2021.09.16.~09.30
전시 장소: www.artstream.co.kr
주최: artstream
프로젝트명: Half & Half #3
총괄 기획: 배서희

​운영: 김혜곤, 조은별

포스터 디자인: 이정

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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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테스트

30초전

​이번 전시 너무 멋져요 !! 작가님 작품 너무 좋아요~ 이번 전시 서문도 너무 재밌어요~
​이번 전시 너무 멋져요 !! 작가님 작품 너무 좋아요~ 이번 전시 서문도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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